[사원 헌신과 고객 열광 이끌어내려면]
사람들 마음을 열고 행동·열정을 이끌어내는 건 '결과'나 '방법'이 아닌 '이유'
그걸 알고 일하는 조직은 生氣
왜,어떻게,무엇을 성공하는 기업의 이유
#1. 비전이나 경영 이념, '그게 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반문하며 오로지 매출만 좇는 A사. 회사의 모든 제도나 시스템이 단 하나의 지표, 매출을 위해서만 작동한다. 직원들 역시 수익 실현을 위한 조직의 부속품일 뿐이다. 우리 회사의 업(業)이 뭔지, 왜 이런 비즈니스를 하는지, 이런 비즈니스를 통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건지 전혀 모른 채 주어진 일만 관성적으로 하는 직원들. 그들이 진행하는 업무에 영혼이 담길 리 없다.
#2. 최고의 디자인과 성능으로 중무장한 신제품을 출시한 B사. 막대한 예산으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하다. 경기 탓이겠거니 애써 자위해보지만 별다른 광고도 없이, 결코 우리 제품보다 나을 것 없는 사양에도 불구하고 열광하는 고객들의 헹가래에 행복해하는 경쟁사를 보면 마음이 영 불편하다.
뜨거운 열정과 확고한 주인 의식으로 무장한 직원들. 신제품이 나오기만 손꼽아 기다리며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된 고객들. 세상의 모든 CEO가 꿈꾸는 황홀경이다. 하지만 현실은 꿈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반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직원들로부터는 헌신을, 고객들로부터는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경영 전문가 사이먼 사이넥의 '골든 서클' 이론은 이 쉽지 않은 질문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위대한 리더는 '결과'나 '방법'이 아니라 '일하는 이유'를 말한다
사이먼 사이넥이 말하는 '골든 서클'은 세 개의 동심원으로 이루어진다. 제일 안쪽 원은 '이유(Why)'의 영역이다. 그다음 원은 '방법(How)', 그리고 제일 바깥 원은 '결과(What)'다. 이 원들에 '방향'이 있다. '이유 방법 결과' 순으로 이어지는, 안에서부터 바깥쪽으로의 방향이다. 이른바 위대한 리더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그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지금 내가 '무엇(What)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How)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더 나아가 이 일을 '왜(Why)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직장인이 내 일의 '이유'나 '목적'에 대한 이해 없이 주어진 일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이유다. 위대한 리더는, 그래서 '결과(What)'가 아니라 '이유(Why)'를 말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의 행동과 열정을 이끌어내는 지점이 그 '결과(What)'나 '방법(How)'이 아니라 '이유(Why)'임을 알기 때문이다. 요컨대 훌륭한 리더들은 '이걸 하자, 이렇게 하자'가 아니라 '왜 우리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말함으로써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지금 즉시 자문해보라. '내가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나? 그리고 우리 회사가 하는 이 사업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답변이 나오는 조직은 화사하고 생기가 넘친다. 반대로, 이 일을 왜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 내는 회사는 어두컴컴한 회색빛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까닭이다.
◇고객은 기업의 경영 철학을 보고 지갑을 연다
이런 메커니즘은 고객을 전제로 하는 마케팅에도 오롯이 적용된다. 지금껏 기업들은 돈 될 만한 제품(혹은 서비스)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협력, 문화, 영성을 키워드로 하는 3.0 시장에서 이런 식의 마케팅은 고객의 영혼을 결코 감동시킬 수 없다. 사람들이 사는 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제품(What)'이나 '프로세스(How)'가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나 회사의 '동기 혹은 신념(Why)'이다. '무엇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만드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이 애플에 보냈던 열광의 종점은 애플이 만드는 제품이라기보다는 애플이 그런 제품들을 만들어 낸 이유, 즉 '혁신'이라는 경영 철학이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이 잇따라 내놓은 신제품에 '혁신'이 안 보인다며, 법정이 아니라 시장에서 싸우라며 공개적으로 애플과의 절연을 선언하는 칼럼니스트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사이먼 사이넥이 "이유(Why)에서 출발하라"고 역설하는 이유다.
경영,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 차원의 싸움이 아니다. 이 비즈니스를 통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건지 그 신념과 동기를 바탕으로 하는, 철학의 싸움이다. 바야흐로 기업의 경영 철학과 이념을 보고 지갑을 여는 세상. 기업의 경영 철학이 고객과 직원의 마음을 울리는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싸늘한 고객의 시선과 영혼 없는 직원의 심드렁한 표정? 비즈니스의 '이유(Why)'를 찾지 못한 기업이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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